여성영화와 로드무비. 이 둘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로드무비는 남성으로부터 시작하였고 남성성을 띠지만 <델마와 루이스>는 길을 떠나면서 겪는 모험과 우정이 남성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여성영화하면 로드무비는 필수 불가결한 소재가 되었고 길 떠남과 여행, 동반을 통하여 여성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일련의 공식이 설립하였다. <보이즈 온 더 사이드>는 어찌 보면 길 떠남을 통하여 자신들의 정체성과 서로간의 우정을 깨닫고 얻게 되는 <델마와 루이스>류의 여성영화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가 <델마와 루이스>보다 더 감명 깊은 까닭은 특별한 총격장면 없이도, 남자와의 대단한 싸움 없이도 감동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간의 이해와 사랑은 길 떠나는 와중이 아니라 어느 마을에 정착한 이후에 진심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모험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로빈(메리 루이스 파커)은 매일같이 자신을 몰아 붙이며 일에 매달려 하루하루를 바쁘고 열심히 보내는 독신 여성. 그러나 자신이 수혈로 인한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모든 것을 정리한다. 많은 경비와 위험을 줄이고자 뉴욕을 떠나 샌디에고로 갈 여자 동반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내고 그 여행에 동성연애자인 클럽 가수 제인(우피 골드버그)이 나타난다. 어렸을 때는 남자를 사랑했지만 이젠 여자를 사랑하게 된 제인. 그녀는 애인에게 버림받고 클럽에서도 잘려 새로운 생활을 위해 LA행에 동참한다. 그러나 처음 만난 여자끼리의 긴 여행은 쉽지 않은 법. 게다가 꼼꼼하고 완벽주의자인 백인 로빈은 3류 클럽에서 노래나 부르는 흑인 제인이 맘에 들 리 없다. 게다가 제인은 임산부에 대책없는 인생을 사는 천방지축 할리라는 혹까지 붙인다. 때마침 남편에게 두들겨 맞던 할리는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제인, 로빈과 함께 LA행 자가용에 같이 오른 것이다.
여행 속에서 로빈은 제인이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제인은 로빈이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할리 또한 수배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그들에게는 그나마 가지려고 했던 애정은 사라진다. 서로의 살갗도 부딪히지 않으려는 이 여자들은 그러나 로빈의 병이 혼자 견딜 수 없을 만큼 점점 심해지자 LA까지 가지 못하고 어느 조그마한 마을에 들려 정착하게 된다. 외딴 마을에 알고 있는 얼굴이란 이 세 사람뿐. 그들은 이제 서로를 바라본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이다. 시종일관 잔잔하게 세 여성의 관계를 그려온 감독의 시선은 10분도 채 안되는 마지막 장면에서 2시간짜리 감동을 불러낸다. 더 이상 빠질 머리카락도 남아있지 않는 휠체어에 의지한 로빈은 소란스런 파티를 뒤로 하고 조용히 죽음을 준비한다. 그리고 뒤따라온 제인은 로빈을 위해 불러주는 노래를 불러준다." Everything you want, you got it. Everything you need, you got it. Everything you all, you got it…’아무 반주 없이 죽음을 눈앞에 둔 로빈의 방에 울려 퍼지는 우피 골드버그의 ‘You Got it’이라는 노래는 그 동안 보내왔던 삶들이 하나 둘씩 눈앞을 스쳐가게 만들고 서로간의 이해와 사랑이 완결되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우피의 목소리와 함께 로빈으로 시작한 카메라는 로빈이 생활해 왔던 방을 천천히 한바퀴 보여주고 그리고 다시 로빈으로 돌아온 그 자리에는 빈 휠체어만 남아있다.
‘You got it’ 을 포함한 사운드 트랙은 여성 영화의 네러티브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기존 팝송들을 대거 삽입된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곡은 너무나도 유명한 노래그룹 크랜 베리스의 ‘Dreams’이다. 이 노래는 많은 영화에 삽입이 되었지만 이 영화보다 더 잘 어울리는 영화가 없을 만큼 영화에 잘 흡수되어 있다. 또한 세릴 크로우와 사라 멕라클란의 노래도 삽입되어 있어 이 앨범은 영화보다도 사운드 트랙에서 더 많은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니모니해도 로이 오비슨이 부르는 ‘You got it’과 우피 골드버그가 부르는 ‘You got it’의 그 다른 느낌을 감상하는 것이 이 앨범의 백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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