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였을까
나도 그러했었다
나도 이 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버린 것을 눌러 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 혼자 삭아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 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 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 저린 것들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닫고
침을 삼키듯 목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 밖을 몇번인가 서성이다 차마 하지 못하고 되가져간
깨알같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사랑을 감추거나 의식 하지 않기는 정말 힘이 든다.
눈앞에 있는 떠나간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서 눈물을 감추기란 어렵다.
"오랫 만이야!" 라는 말 한마디가
천겹의 회안으로 들려 서러움으로 밀려 와,
눈물을 참기 위해서 헛 기침을 하고 부산스럽게 움직여 보지만
이미 처음부터 가슴에선 눈물이 흘러
참아야 하는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릴수 밖에 없다.
차마 얼굴을 보면 쏟아질 눈물 때문에
고개를 들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얼굴을 볼수가 없고.
단지 딴청을 하며 흘깃흘깃 본 그 얼굴은
피가 멈추는듯한 경련을 준다.
한번쯤 무슨 말이든 하고 싶지만 아무 말도 할수가 없고
아무 말도 할 이야기가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사랑해"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할수 없는 노릇이고
한다 해도 의미 없는 언어일 것이고
그래서 그 말은 계속 가슴에서 메아리 되어 사라진다.
돌아서며 서러움은 더 해 가고 서러움이 악이 되어
증오와 함께 어금니를 앙 다문다.
"두고 보자".
돌아서고 나서 한참을 걸어 가는 길에
다른 아무것도 인지 할수가 없고 사람 많은 걸 인식 할때쯤
볼을 타고 내려온 식어 버린 눈물을 소매로 훔친다.
정말 사랑을 감추기란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재체기를 참아야 하는 만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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