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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도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든 너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야기할 게 너무 많다,
이야기해야만 할 게 산처럼 쌓여 있다,
온 세계에서 너말고 내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너와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
무엇이 됐건 모든 걸 너와 둘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도리는 한참 동안 전화 저쪽에서 말이 없었다.

마치 온 세계의 가랑비가
온 세계의 잔디밭에 내리는 것 같은
침묵만이 이어졌다.

나는 그 동안 줄곧 유리창에 이마를
바짝 붙이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미도리가 입을 열었다.

"자기, 지금 어디 있는거야?"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수화기를 든 채 고개를 들고,
공중전화 부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그곳이 어딘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랄 것도 없이
걸음을 재촉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아무데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계속 미도리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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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ro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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