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소녀 앙리에뜨.
그녀에게는 나이어린 동생이 셋이나 있었고....
그녀는 어린동생들을 굶주리게 하지 않으려고 어린 몸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된 생활을 해 왔답니다.
잘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과로가 겹쳐
그녀는 결국 병으로 쓰러지게 되었고....
몸이 워낙 쇠약해진 상태에서 걸린 병이라 소생하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답니다.
죽음이 가까워져 마지막 성사를 해주기 위해
신부가 그녀의 병상을 찾자
'신부님! 저는 성사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동생들을 돌본다는 핑게로 그 동안 주일을 지키지 않았으며
기도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하느님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죄인입니다' 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답니다.
측은한 마음으로 그녀를 지켜보던 신부의 눈길이
문득 그녀의 손에 멈추었답니다.
그 손은 도저히 어린 소녀의 손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답니다.
과도한 일로 인해 손마디는 울퉁불퉁 불거져 있었고
손 여기저기에 찢긴 상처들이 나 있었답니다.
신부는 소녀의 두 손을 감싸쥐고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답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앙리에뜨야!
하느님께서 너에게 너는 세상에서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시거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이 두 손을 하느님 앞에 내어보이거라..
이 아름다운 손만을....'
김윤덕의 뒤주속의 성자들 중에서
햇살이 솜털처럼 부드러워진 봄날이었습니다.
화원에 한 소녀가 찾아왔습니다.
길가에 내 놓은 화분들 앞에서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있던
소녀는 화분 하나를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아저씨 이 꽃은 얼마예요?"
"팬지 말이냐?"
"아뇨, 그 뒤에 있는 작은 거요."
소녀가 가리킨것은 작고 밉고 굵은 줄기에
꽃도 피우지 못한 봉숭아 화분 이었습니다.
"이건 파는게 아니란다. 어차피 죽으면 버리려던 거니까 가져 가겠니?"
"정말요? 와아...."
소녀는 몇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한뒤
그 못난이 화분을 받아들고 좋아라 하며 돌아갔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어느날 화원으로 작은 소포 하나가 배달됐습니다.
"소포가 왔네요, 여기 놓고 갑니다."
집배원이 놓고 간것은 작은 상자와 편지가 담긴 소포였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제게 화분을 주셨죠?'
그날은 엄마가 아파서 입원을 하신 날이었어요'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의 내용은 그랬습니다.
아픈 엄마를 위해 선물을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던 소녀는
그 화분을 엄마의 병실,햇살 가득한 창가에 놓아두고
날마다 정성스레 물을 줬습니다.
그러자 볼품없던 화분에서 마침내 꽃이 피었고
꽃을 바라보는 엄마의 볼에도 차츰 봉숭아 꽃물 같은생기가 돌았습니다.
소녀는 그 씨앗을 받아 병원 앞뜰에 뿌리고 또 뿌렸습니다.
꽃이 만발하던 여름 어느날,
엄마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퇴원을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소녀는 엄마의 완치가 봉숭아 화분 덕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소녀가 보낸 상자 안에는 까맣고 통통한 봉숭아 씨앗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온 세상을 봉숭아 빛으로 물들이고도 남을 만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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