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모든 것이 잠깐이나마 멈추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면 일주일, 한 달이면 한 달, 모든 일상은 유보된다.
여행이 끝나는 그날까지 타임테이블은 완벽하게 짜여지고,
그 시간 동안 일과 생존투쟁은 입을 다문다.
그릇 바닥의 아이스크림 그러모으듯
닥닥닥닥 긁어내서 만든 시간,
한 톨도 없을 것 같던 시간이 어찌저찌 만들어지고,
포기하고 밀어내고 앞당긴 모든 일들
사이로 오아시스처럼 고여든다.
그 한 움큼의 시간이 현재진행형의삶을 재간껏 밀어내는
그 놀라운 마술. 사채꾼들처럼 찾아와 매일 문을 두들겨대는
그 '일상'이라는 놈을 일주일간, 열흘간, 한 달간
입 다물게 하는 그 정지의 마법.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 짧지만 소중한 유보의 시간이,
간신히 얻어낸 말미의 시간이 여행의 온전한 매력을 이룬다.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여행을 통해 우리는 일상이 아닌 다른 시간을 살아보는 것이다.




여행자의 로망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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