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뿔테 안경에, 바랜 듯 창백했던 얼굴, 아직 젊어서 붉었던 입술,
수줍게 미소 지을 때 한 쪽 뺨에만 패던 얇은 보조개......
나는 실은 그를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잊기 위해서 아주 많은 날들을 잠 못 이루었다.
독주가 아니면 잠들지 못하던 날들,
목이 졸리는 듯한 환영에 깨어나던 푸른 새벽들.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눈물이 나오기를 기다렸었지만
그 후로도 오래도록 내 입은 이상스러운 신음을 토해냈을 뿐이었다.
그래, 차라리 기억하자, 기억하자, 다 기억하자,
하나도 남김없이, 하고 생각했던 날에는
그러나 나는 술에 취해 소파에 쓰러져버리곤 했다.
공지영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야 (0) | 2006/11/21 |
|---|---|
| 더이상 멈출 수가 없다 (0) | 2006/11/21 |
| 사람들이 멀어져 가거든요 (0) | 2006/11/20 |
|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0) | 2006/11/18 |
| 그점이 제일 서글프다 (0) | 2006/11/18 |
| 차라리 기억하자 (0) | 2006/11/17 |
| 바로 그런 것이 사랑이었다. (0) | 2006/11/17 |
| 남에게 바랄 뿐이다. (0) | 2006/11/16 |
| 그래. 그랬겠지. (0) | 2006/11/16 |
| 선물이 없는 고난은 없다 (0) | 2006/11/16 |
| 이 세상에서의 사랑이란 (0) | 2006/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