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영화.. 2006/10/30 00:41



1. 참 영리한 작품. 각색도 배우 활용도 깔끔합니다. 허영만 원작 영상물 중에서 가장 잘 만들어졌으며, 사실 영화화하기에 정말 어려웠을(곧이곧대로 영상화했다면 거의 왕초1999 정도 작품이 나와야 했을 것입니다) 타짜란 원작만화를 생각할 때 가장 적절하고 완벽한 각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 특히 김혜수의 활용은 여지껏 김혜수 영화가 실패해 온 이유를 시사해줍니다. 저 아가씨한테 성격연기를, 내면 표출을 시켜선 절대 안 되었던 겁니다. 외모만으로 충분히 압도적인 배우라서인지, 스타일만으로 충분하지 거기에 내면까지 들이대면 지나치게 부담스럽습니다. 막판에 무슨 평경장과의 인연이니 뭐니를 넣은 건 극의 완결성을 위한 필연적인 시도였다고는 해도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본인한테는 안타까운 이야기이겠습니다만 저 아가씨는 연기를 하면 안 되었던 거죠. (결말의 설정 자체가 억지스럽기도 합니다만)


3. 아귀 역 김윤석의 연기가 가장 빛났습니다. 낯이 설면서도 또 이상하게 낯익은 배우인데 어디서 또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대단한 포스였습니다. 백윤식의 평경장은 백윤식이라는 인물의 활용이나 연기만 놓고 생각하면 다소 진부합니다만, 원작의 평경장이나 극중에서의 역할을 생각하면 제몫을 다하였다고 보입니다. 특히 (원작에는 없는)평경장과의 우스꽝스러운 인간적 교류(거 왜 물뿌리고 말싸움하고 하는 것들 말입니다)가 강조된 점 적절했습니다. 그 덕분에 막판의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에서도 고니의 동선은 생생하게 살아나더군요.

  이 영화의 중요한 성공 요인은 만만찮은 원작과 캐릭터들을 갖다 쓰면서도 원작에 구애받지 않고 풍부하게 재해석해주었다는 점입니다. 최동훈 감독은 역시 캐릭터 연출이 섬세한 점 돋보입니다. 특히 평경장이나 짝귀같은 캐릭터를 원작 그대로 옮겨왔다면 영화 화면에 맞지 않을 뿐더러 현실성도 재미도 없었을 것입니다. 아귀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저기 설정이 다소 무리스러운 바 없지 않습니다만, 논리가 아니라 스타일이 매력인 영화란 점 감안할 때 그저 적절했다고밖에 할 말이 없군요.


4. 이 영화에 대한 평들은 제가 본 바로 거의가 배우 연기와 연출 기법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사실 그 외에 달리 이야기할 거리가 없습니다. 50년대 배경 작품을 90년대로 옮겨 연출한 작품에 딱히 사회성이나 역사성이 표출될 턱도 없고... 그러니까 세련되게 만들어진 스타일 영화입니다. 대개들 인정하는 평마따나 두 시간 20분이 한 시간 20분으로 느껴집니다만, 또 그만치 금새 잊혀지고 소비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두 시간을 한 시간처럼 때우기 좋은 영화라는 거죠. 명절 시즌 맞춰서 나오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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