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괴물>을 두 번 봤지만...
이미 영화 <괴물>의 평은 사방에 넘쳐나고 있고..
나와 같은 의견도 많으니 새삼 리바이벌할 생각은 없어
괴물 감상을 올릴까 말까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대신 <괴물>을 둘러 싼 현상들을 보고 여러 잡생각이 들더군요.
1. 기대가 너무 크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다.
<괴물>은 후반부에 좀 뒷심이 딸리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서 걸작의 반열에는 들지 못하겠지만)
충분히 수작에서도 상위 반열에 들 만한 영화입니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걸작이 될 수 있었을 텐데..하고 아쉽기는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중에서는 단연 TOP에 속합니다.
하지만 기대가 과하면 상대적으로 실망이 큰 법...
적당히 기대했으면 “아니..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하고 감격했을 작품이
이곳저곳에서 평가 절하되고 있는 것이 무척 아쉽군요.
칸이나 해외언론에서 호평은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괴수영화에 이런 재미와 주제의식, 완성도를 버무려 넣고..
부조리한 사회나 체제, 언론... 그리고 패권주의 미국도 적당히 까주고..
“괴수영화에 새로운 클래식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는 외국평론가의 만족감은
충분히 타당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평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제작사의 당연한 권리이고
요즘 한참 내세울만한 한국영화가 적어서 고민이던 국내 평론가, 기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괴물>을 밀어주기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사실 최근 다른 한국영화 중에 이렇게 밀어줄만한 영화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사거리 없던 언론의 지나친 호들갑에 관객들의 기대치는 높아졌고
(월드컵 때문에 영화들 개봉이 늦춰진 탓에 기다림이 더해서...)
관객들은 환상을 가지고 어떤 어마어마한 걸작을 기대하게 된 것입니다.
(댁들이 언제부터 평론가나 기자들 말을 믿었다고...^^;;;)
이 영화는 한번 보고는 지나칠만한 세세한 디테일과 이야기꺼리가 많습니다.
저도 사정상 <괴물>을 두 번 봤지만..
다른 사람들 글을 보고서야 “아차!! 그랬었나?” 하고 지나친 것들이 있습니다.
부디 DVD로 나오고 TV에서 하면 뒤늦게라도 재평가되기를 바랍니다.
지나친 기대감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 작품을 평가 절하한 분들이 있다면
다시 <괴물>의 가치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 <괴물>이 재미는 있지만 마음이 편치 못한 사람들.
<괴물>은 객관적으로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라고 다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영화가 관객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거나
또는 관객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입니다.
이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 <괴물>에는 2가지의 괴물이 등장합니다.
한강에 사는 주인공(?) ‘괴물’... 즉, HOST(숙주)와
그 숙주를 낳고 키우고 또 그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는 우리 사회와 체제라는
‘괴물’이 등장합니다.
왜 이 작품의 영문제목이 MONSTER가 아닌 HOST(숙주)인지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실 테고요.
오히려 이 영화에서 MONSTER는 한강에 사는 귀염깜찍한 그 년이 아니고
(CG제작한 미국애들은 괴물을 암컷으로 설정하고 작업했답니다)
우리사회와 체제라는 ‘괴물’이 MONSTER 였음이 이 작품에서 잘 나타납니다.
갑자기 우라사와 나오키가 <괴물>을 보고 마음에 들어 했다는 기사가
생각납니다.
그의 작품에서의 MONSTER나 <괴물>의 MONSTER나 같은 맥락이겠죠.
영화 <괴물>에서의 재난 상황과 국가/사회/언론의 한심한 대처는
괴물피해자 합동분향소 한 쪽에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일동’ 명의의
화환까지 놓는 디테일을 관객이 미처 보지 못하고 놓쳤더라도..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듯한 매우 한국적인 상황입니다.
그것도 우리가 늘 겪는 현실이기에 매우 짜증나는 ‘한국적 현실’이죠.
영화 상 이 내용에 대해서는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보신 분들은 아실 테고.. 안 보신 분들은 앞으로 보셔야 할 테니..
이외에도
경찰과 공무원들의 관료주의와 부패..
언론의 무책임한 선정성..
의사 등 소위 엘리트 계층의 우월의식..
무능력한 정부와 미국과의 종속 관계..
미국의 패권주의와 음모, 책임에 대한 회피..
몰락하고 무능력한 운동권(괴물에 대한 결정적인 공격도 실패하는)
또는 자본주의에 타락한 운동권에 대한 자조..
소위 시민단체들의 무책임성(?)..
그리고 일반 시민 계층의 부조리들..
거의 모든 계층이 불편해할만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골고루 건드립니다.
그래서 이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고 재미있다며 마음 편히 웃으며 나오는
사람은 드뭅니다.
극장을 나오면서 노골적으로 불편한 표정을 짓거나
겉으로는 재미있다고 웃어도 속으론 씁쓸한 마음이죠.
차라리 어느 한 쪽만 깐다면 모르겠지만 골고루 깐 덕에..
보수언론이나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반미영화라는 낙인이 찍히고
진보나 좌파 쪽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묘사에 내심 불만을 표시합니다.
재밌는 오락영화로만 생각하고 가족 관람을 왔던 중장년층 세대들은
서글픈 자화상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또는 영화의 반미 코드에 불편하고)
아직 어린 세대들은 해피 엔드가 아닌.. 또한 모호하고 상징적인 결말에
불만을 토로합니다.
3. 치사한 한국 영화판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이 내용에서는 <괴물> 제작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한다 생각하지만
사실상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괴물>의 예상치 못한 흥행 폭발 이후..
1주차가 조금 지나니까 <괴물>의 흥행을 까는 기사들이 봇물을 이루면서
나중에는 <괴물>의 흥행이 사회악처럼 부각됩니다.
언론이나 여론은 <괴물>이 스크린을 620개나 독점했다고 비난하지만
그것은 극장들의 자발적인 요청을 주변 눈치 의식해서 그나마 80개나 줄인
결과였는데도, 극장들이 <괴물>만 선호하도록 다른 경쟁력 있는 영화를 내놓지
못한 다른 영화사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물론 저예산 영화들에 이런 책임을 권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저예산 영화들을 핑계로 그들을 앞세워 괴물의 흥행을 비난하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실제 주체는 또 다른 메이저 영화사/유통사라는 것이죠.
그들은 저예산/독립영화를 앞세워 마땅히 거론해야 할 문제점을 언급합니다.
저 역시 그 주장들의 필요성에는 당연 동감하고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 역시 마이너리티 쿼터제를 주장합니다.
여기에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괴물> 이전에 <한반도>나 <태풍> 같은 영화들이
500개관 넘게 싹쓸이 할 때부터 나왔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배급의 절대강자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작품에서는
침묵하던 싹쓸이 비난 여론이 경쟁사인(그래봤자 절반 규모) 쇼박스가
배급한 <괴물>이 뜻밖의 대박을 내자 싹쓸이 비난여론을 부추기는 기사가
봇물을 이룹니다.
어차피 CJ나 쇼박스나 국내 배급을 싹쓸이하는 놈들로
그놈들이 그놈들이면서 말이죠. 치사하게스리...
문득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연이은 천만관객 돌파가 생각납니다.
당시 두 작품은 일종의 협정을 맺었다고 합니다.
두 작품이 지나친 경쟁을 피하고 서로 텀을 두어서 차례로 개봉하기로..
그리고 이때 강우석 감독이 꼼수를 부렸다고 알만한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한국 최초의 천만 관객 영화는 <실미도>가 아니라 <태극기 휘날리며>
이었어야 했습니다.
물론 <실미도>도 흥행파워를 가진 영화였지만
초반의 흥행몰이와 언론 플레이, 천만 관객이 드는 과정까지..
정상적인 방법으로 스코어가 발생한 게 아니란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리고 두 작품이 맞붙었을 경우 객관적으로 <실미도>가 작품성, 흥행성에서
현저히 떨어졌고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었습니다.
어쨌든 영화계에 막강한 자본과 배급의 권력을 가진 강우석은
강제규와 합의를 했고..
강우석은 한국 최초의 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명예를..
강제규 측으로서도 결과적으로 손해 본 것 없는 윈윈 전략의 성공이었습니다.
이번에 <한반도>를 만든 강우석은 또다시 만난 막강한 적수 <괴물>을
보고 지난번의 성공을 떠올렸을지 모릅니다.
마침 <괴물> 제작사인 청어람의 대표는 강우석 밑에서 일한 사람이고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월드컵을 피해 여름을 택한 두 블록버스터는
사이좋게 2주라는 텀을 두고 차례로 개봉을 합니다.
아마 또다시 동반흥행을 기대했었을 것입니다.
일단 <한반도>는 싹쓸이 개봉으로 기대대로 초반에 흥행러시를 합니다.
하지만 형편없는 완성도와 부정적인 입소문으로 스코어는 급감하고
<괴물>의 개봉 후 사실상 종을 치고 맙니다.
(일부에서는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했다는 말조차 나옵니다만...)
그리고 <괴물>의 개봉 후 상상을 뛰어넘는 독주가 시작됩니다.
사실 이런 독주는 <태풍>과 <한반도>가 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자기네들도 개봉관 싹쓸이를 했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들은 실패하고 <괴물>은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자본이나 언론, 배급의 힘이 아니라 관객의 선택이죠.
첫 주야 그렇다 쳐도 2주.. 3주가 지나면 작품의 진가가 드러나니까요.
그런데 <태풍> <한반도> 때는 언론에서 잠잠하던 싹쓸이 비난여론이
(일반 영화팬들 사이에선 말이 많았지만)
이제 언론에서 봇물을 이룹니다.
그나마 자본과 배급의 문제에서만 거론되면 결과적으로 좋겠지만,
자본과 배급의 문제를 넘어서 감독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난도 하고
더 나아가 볼만한 영화를 찾아 <괴물>을 관람한 관객들을 마치 주관도 없이
우루루 몰려다니는 우매한 대중인양 조롱까지 합니다.
그런 우매한 관객들을 놔두고 왜 이전의 싹쓸이 대자본 영화들은 실패했는지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죠.
더 웃긴 것은 이후 개봉한 경쟁작들의 안티 <괴물> 마케팅입니다.
<괴물>이 초반에 예상 밖의 큰 성공을 한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서는 마치 다들 <괴물>이 싹쓸이해서 극장을 못 잡은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작품들이 막강한 <괴물>을 피한 것이죠.
이런 개봉 날짜 조정은 그동안 해온 당연한 일인데도
마치 스스로들을 <괴물>로 피해 입은 약자들인양 언론 플레이를 합니다.
정작 배급유통 관행의 피해자일수도 있는 저예산 영화들에 비하면
그들 스스로도 대자본/배급망을 끼고 수백 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괴물>의
또 다른 동료들일 뿐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흥행을 이유로 <괴물>을 비난하면서 정작 <괴물>에 편승한 마케팅에
골몰합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각설탕>입니다.
(개인적으로 임수정 팬이라 이미 봤습니다. 수정냥 이쁘더군요 *^^*)
한동안 인터넷 포탈의 메인이나 영화관련 챕터에는 <각설탕>이 예매율에서
<괴물>을 앞질렀다는 여러 매체의 기사가 계속 뜨고 있었습니다.
또한 특정 인터넷언론은 위 예매 사례를 근거로 아예 작정한듯이 <괴물>의
흥행은 이제 신규 개봉하는 <각설탕>에 밀려 끝이 난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고
(심지어 일요일과 월요일 관객을 단순비교하며 흥행세가 절반으로 꺾였다고
분석하는 어처구니없는 기사까지...^^;;)
이 또한 그 화제성으로 인해 포탈의 메인에 자주 떴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정말 그런가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시간 단위로 바뀌는 인터넷 예매사이트의 순위에서
주 초반에 아주 잠깐 1위를 했을 뿐입니다.
그 때 이외에는 <괴물>의 예매율이 2배 이상으로 높았음에도
<각설탕>의 제작사는 마치 계속 1위인 것처럼 그 주 내내 <괴물>을
이용한 언론플레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개봉을 해보니 <각설탕>은 1위는커녕 <괴물>의 3분의 1의
스코어로 3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물론 <다세포소녀>가 워낙 엉망이라니 조만간 2위에 오르겠지만요.
<각설탕>도 기대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신파극’이라는 장르에 충실한
(인간과 동물의 신파극) 영화니까 적당한 흥행은 유지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자기네들 모자라는 실력은 인정하고 게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치사하게스리 남의 성공을 질투해서 여론몰이로 죽일 놈 만든다고
자기들이 성공하는 건 아니니까요.
4. 영화 보고 나오면서 심형래 감독이 생각났습니다.
심형래 감독은 <디-워>를 진작 개봉했어야 했습니다.
차일피일 시기를 미루다가 이제 때를 놓쳤습니다.
당초 <디-워>는 2003년 3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2004년 여름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작품은 2004년 여름에 완성되지 못하고
다시 2005년 여름 개봉을 기약합니다.
하지만 2005년 여름에도 개봉되지 못했습니다.
심형래 감독은 또다시 2006년 여름을 기약합니다.
이제 2006년 여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디-워>는 볼 수 없고 기사를 찾아보니
아직도 완성은커녕 연내 개봉조차 불투명하답니다.
심형래, "디워 9월 완성, 연내 개봉 미정!"[조이뉴스24 2006-06-20 10:19]
하지만 제 생각에는 심형래는 이미 때를 놓친 것 같습니다.
이미 <괴물>이 개봉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공개된 관련 자료에 의하면 <디-워>의 성격을 추측할 수 있는데..
<괴물> 전에 개봉했을 경우와
<괴물> 후에 개봉했을 경우 평가와 흥행이 틀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괴물> 전에 개봉했다면...
<디-워>는 과거 60~70년대 한국 괴수영화에서 90년대 <용가리>를 거쳐
<괴물>이 나오기까지 그 발전단계로서 중요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며
관객들에게도 이전보다 발전한 기술적 퀄리티의 작품으로써 환영받았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괴물> 이전부터 진행되던 프로젝트이니 그런 평가가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한국관객들은 작품이 좋든 싫든 <괴물>이라는
"괴수영화의 새로운 클래식"(외국 모 평론가의 표현대로)을 접하게 되었고,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눈높이가 올라갔습니다.
이제는 괴수영화라도 CG와 스펙터글한 화면만이 아닌 다른 무엇이 있다는 걸
알아버렸기에 <디-워>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몇 가지는
그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심형래라는 브랜드의 선입관으로 인해 <디-워>는
때를 놓치고 유행에 뒤떨어져서 내놓은 뒷북상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지난 <용가리> 때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쉬리>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의 영화가 작품성과 흥행, 해외에서의 상업적 평가를
일구어내면서 심형래가 충무로에 대항해 구축하려던 대안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졌었다고 보는 터라...
이번 <괴물>의 개봉으로 심형래 감독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게 됩니다.
제발 심형래 감독이 <괴물>을 보고 자신의 영화가 왜 한국에서 안 먹히는지
깨달았으면 합니다.
극성팬들에게 둘러쌓여 맨 날 충무로가 자신을 배척한다고 남 탓만 하지 말고 말입니다.
작품이 되고 흥행가치가 되면 설령 충무로가 외면하려 해도 배급망은 외면 못합니다.
(어차피 지난 <용가리> 때도 실제로는 심형래감독의 언론 플레이에 억울한 충무로만
욕을 먹은 케이스였고요)
이미 영화 <괴물>의 평은 사방에 넘쳐나고 있고..
나와 같은 의견도 많으니 새삼 리바이벌할 생각은 없어
괴물 감상을 올릴까 말까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대신 <괴물>을 둘러 싼 현상들을 보고 여러 잡생각이 들더군요.
1. 기대가 너무 크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다.
<괴물>은 후반부에 좀 뒷심이 딸리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서 걸작의 반열에는 들지 못하겠지만)
충분히 수작에서도 상위 반열에 들 만한 영화입니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걸작이 될 수 있었을 텐데..하고 아쉽기는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중에서는 단연 TOP에 속합니다.
하지만 기대가 과하면 상대적으로 실망이 큰 법...
적당히 기대했으면 “아니..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하고 감격했을 작품이
이곳저곳에서 평가 절하되고 있는 것이 무척 아쉽군요.
칸이나 해외언론에서 호평은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괴수영화에 이런 재미와 주제의식, 완성도를 버무려 넣고..
부조리한 사회나 체제, 언론... 그리고 패권주의 미국도 적당히 까주고..
“괴수영화에 새로운 클래식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는 외국평론가의 만족감은
충분히 타당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평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제작사의 당연한 권리이고
요즘 한참 내세울만한 한국영화가 적어서 고민이던 국내 평론가, 기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괴물>을 밀어주기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사실 최근 다른 한국영화 중에 이렇게 밀어줄만한 영화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사거리 없던 언론의 지나친 호들갑에 관객들의 기대치는 높아졌고
(월드컵 때문에 영화들 개봉이 늦춰진 탓에 기다림이 더해서...)
관객들은 환상을 가지고 어떤 어마어마한 걸작을 기대하게 된 것입니다.
(댁들이 언제부터 평론가나 기자들 말을 믿었다고...^^;;;)
이 영화는 한번 보고는 지나칠만한 세세한 디테일과 이야기꺼리가 많습니다.
저도 사정상 <괴물>을 두 번 봤지만..
다른 사람들 글을 보고서야 “아차!! 그랬었나?” 하고 지나친 것들이 있습니다.
부디 DVD로 나오고 TV에서 하면 뒤늦게라도 재평가되기를 바랍니다.
지나친 기대감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 작품을 평가 절하한 분들이 있다면
다시 <괴물>의 가치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 <괴물>이 재미는 있지만 마음이 편치 못한 사람들.
<괴물>은 객관적으로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라고 다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영화가 관객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거나
또는 관객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입니다.
이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 <괴물>에는 2가지의 괴물이 등장합니다.
한강에 사는 주인공(?) ‘괴물’... 즉, HOST(숙주)와
그 숙주를 낳고 키우고 또 그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는 우리 사회와 체제라는
‘괴물’이 등장합니다.
왜 이 작품의 영문제목이 MONSTER가 아닌 HOST(숙주)인지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실 테고요.
오히려 이 영화에서 MONSTER는 한강에 사는 귀염깜찍한 그 년이 아니고
(CG제작한 미국애들은 괴물을 암컷으로 설정하고 작업했답니다)
우리사회와 체제라는 ‘괴물’이 MONSTER 였음이 이 작품에서 잘 나타납니다.
갑자기 우라사와 나오키가 <괴물>을 보고 마음에 들어 했다는 기사가
생각납니다.
그의 작품에서의 MONSTER나 <괴물>의 MONSTER나 같은 맥락이겠죠.
영화 <괴물>에서의 재난 상황과 국가/사회/언론의 한심한 대처는
괴물피해자 합동분향소 한 쪽에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일동’ 명의의
화환까지 놓는 디테일을 관객이 미처 보지 못하고 놓쳤더라도..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듯한 매우 한국적인 상황입니다.
그것도 우리가 늘 겪는 현실이기에 매우 짜증나는 ‘한국적 현실’이죠.
영화 상 이 내용에 대해서는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보신 분들은 아실 테고.. 안 보신 분들은 앞으로 보셔야 할 테니..
이외에도
경찰과 공무원들의 관료주의와 부패..
언론의 무책임한 선정성..
의사 등 소위 엘리트 계층의 우월의식..
무능력한 정부와 미국과의 종속 관계..
미국의 패권주의와 음모, 책임에 대한 회피..
몰락하고 무능력한 운동권(괴물에 대한 결정적인 공격도 실패하는)
또는 자본주의에 타락한 운동권에 대한 자조..
소위 시민단체들의 무책임성(?)..
그리고 일반 시민 계층의 부조리들..
거의 모든 계층이 불편해할만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골고루 건드립니다.
그래서 이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고 재미있다며 마음 편히 웃으며 나오는
사람은 드뭅니다.
극장을 나오면서 노골적으로 불편한 표정을 짓거나
겉으로는 재미있다고 웃어도 속으론 씁쓸한 마음이죠.
차라리 어느 한 쪽만 깐다면 모르겠지만 골고루 깐 덕에..
보수언론이나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반미영화라는 낙인이 찍히고
진보나 좌파 쪽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묘사에 내심 불만을 표시합니다.
재밌는 오락영화로만 생각하고 가족 관람을 왔던 중장년층 세대들은
서글픈 자화상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또는 영화의 반미 코드에 불편하고)
아직 어린 세대들은 해피 엔드가 아닌.. 또한 모호하고 상징적인 결말에
불만을 토로합니다.
3. 치사한 한국 영화판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이 내용에서는 <괴물> 제작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한다 생각하지만
사실상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괴물>의 예상치 못한 흥행 폭발 이후..
1주차가 조금 지나니까 <괴물>의 흥행을 까는 기사들이 봇물을 이루면서
나중에는 <괴물>의 흥행이 사회악처럼 부각됩니다.
언론이나 여론은 <괴물>이 스크린을 620개나 독점했다고 비난하지만
그것은 극장들의 자발적인 요청을 주변 눈치 의식해서 그나마 80개나 줄인
결과였는데도, 극장들이 <괴물>만 선호하도록 다른 경쟁력 있는 영화를 내놓지
못한 다른 영화사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물론 저예산 영화들에 이런 책임을 권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저예산 영화들을 핑계로 그들을 앞세워 괴물의 흥행을 비난하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실제 주체는 또 다른 메이저 영화사/유통사라는 것이죠.
그들은 저예산/독립영화를 앞세워 마땅히 거론해야 할 문제점을 언급합니다.
저 역시 그 주장들의 필요성에는 당연 동감하고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 역시 마이너리티 쿼터제를 주장합니다.
여기에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괴물> 이전에 <한반도>나 <태풍> 같은 영화들이
500개관 넘게 싹쓸이 할 때부터 나왔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배급의 절대강자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작품에서는
침묵하던 싹쓸이 비난 여론이 경쟁사인(그래봤자 절반 규모) 쇼박스가
배급한 <괴물>이 뜻밖의 대박을 내자 싹쓸이 비난여론을 부추기는 기사가
봇물을 이룹니다.
어차피 CJ나 쇼박스나 국내 배급을 싹쓸이하는 놈들로
그놈들이 그놈들이면서 말이죠. 치사하게스리...
문득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연이은 천만관객 돌파가 생각납니다.
당시 두 작품은 일종의 협정을 맺었다고 합니다.
두 작품이 지나친 경쟁을 피하고 서로 텀을 두어서 차례로 개봉하기로..
그리고 이때 강우석 감독이 꼼수를 부렸다고 알만한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한국 최초의 천만 관객 영화는 <실미도>가 아니라 <태극기 휘날리며>
이었어야 했습니다.
물론 <실미도>도 흥행파워를 가진 영화였지만
초반의 흥행몰이와 언론 플레이, 천만 관객이 드는 과정까지..
정상적인 방법으로 스코어가 발생한 게 아니란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리고 두 작품이 맞붙었을 경우 객관적으로 <실미도>가 작품성, 흥행성에서
현저히 떨어졌고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었습니다.
어쨌든 영화계에 막강한 자본과 배급의 권력을 가진 강우석은
강제규와 합의를 했고..
강우석은 한국 최초의 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명예를..
강제규 측으로서도 결과적으로 손해 본 것 없는 윈윈 전략의 성공이었습니다.
이번에 <한반도>를 만든 강우석은 또다시 만난 막강한 적수 <괴물>을
보고 지난번의 성공을 떠올렸을지 모릅니다.
마침 <괴물> 제작사인 청어람의 대표는 강우석 밑에서 일한 사람이고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월드컵을 피해 여름을 택한 두 블록버스터는
사이좋게 2주라는 텀을 두고 차례로 개봉을 합니다.
아마 또다시 동반흥행을 기대했었을 것입니다.
일단 <한반도>는 싹쓸이 개봉으로 기대대로 초반에 흥행러시를 합니다.
하지만 형편없는 완성도와 부정적인 입소문으로 스코어는 급감하고
<괴물>의 개봉 후 사실상 종을 치고 맙니다.
(일부에서는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했다는 말조차 나옵니다만...)
그리고 <괴물>의 개봉 후 상상을 뛰어넘는 독주가 시작됩니다.
사실 이런 독주는 <태풍>과 <한반도>가 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자기네들도 개봉관 싹쓸이를 했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들은 실패하고 <괴물>은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자본이나 언론, 배급의 힘이 아니라 관객의 선택이죠.
첫 주야 그렇다 쳐도 2주.. 3주가 지나면 작품의 진가가 드러나니까요.
그런데 <태풍> <한반도> 때는 언론에서 잠잠하던 싹쓸이 비난여론이
(일반 영화팬들 사이에선 말이 많았지만)
이제 언론에서 봇물을 이룹니다.
그나마 자본과 배급의 문제에서만 거론되면 결과적으로 좋겠지만,
자본과 배급의 문제를 넘어서 감독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난도 하고
더 나아가 볼만한 영화를 찾아 <괴물>을 관람한 관객들을 마치 주관도 없이
우루루 몰려다니는 우매한 대중인양 조롱까지 합니다.
그런 우매한 관객들을 놔두고 왜 이전의 싹쓸이 대자본 영화들은 실패했는지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죠.
더 웃긴 것은 이후 개봉한 경쟁작들의 안티 <괴물> 마케팅입니다.
<괴물>이 초반에 예상 밖의 큰 성공을 한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서는 마치 다들 <괴물>이 싹쓸이해서 극장을 못 잡은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작품들이 막강한 <괴물>을 피한 것이죠.
이런 개봉 날짜 조정은 그동안 해온 당연한 일인데도
마치 스스로들을 <괴물>로 피해 입은 약자들인양 언론 플레이를 합니다.
정작 배급유통 관행의 피해자일수도 있는 저예산 영화들에 비하면
그들 스스로도 대자본/배급망을 끼고 수백 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괴물>의
또 다른 동료들일 뿐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흥행을 이유로 <괴물>을 비난하면서 정작 <괴물>에 편승한 마케팅에
골몰합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각설탕>입니다.
(개인적으로 임수정 팬이라 이미 봤습니다. 수정냥 이쁘더군요 *^^*)
한동안 인터넷 포탈의 메인이나 영화관련 챕터에는 <각설탕>이 예매율에서
<괴물>을 앞질렀다는 여러 매체의 기사가 계속 뜨고 있었습니다.
또한 특정 인터넷언론은 위 예매 사례를 근거로 아예 작정한듯이 <괴물>의
흥행은 이제 신규 개봉하는 <각설탕>에 밀려 끝이 난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고
(심지어 일요일과 월요일 관객을 단순비교하며 흥행세가 절반으로 꺾였다고
분석하는 어처구니없는 기사까지...^^;;)
이 또한 그 화제성으로 인해 포탈의 메인에 자주 떴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정말 그런가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시간 단위로 바뀌는 인터넷 예매사이트의 순위에서
주 초반에 아주 잠깐 1위를 했을 뿐입니다.
그 때 이외에는 <괴물>의 예매율이 2배 이상으로 높았음에도
<각설탕>의 제작사는 마치 계속 1위인 것처럼 그 주 내내 <괴물>을
이용한 언론플레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개봉을 해보니 <각설탕>은 1위는커녕 <괴물>의 3분의 1의
스코어로 3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물론 <다세포소녀>가 워낙 엉망이라니 조만간 2위에 오르겠지만요.
<각설탕>도 기대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신파극’이라는 장르에 충실한
(인간과 동물의 신파극) 영화니까 적당한 흥행은 유지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자기네들 모자라는 실력은 인정하고 게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치사하게스리 남의 성공을 질투해서 여론몰이로 죽일 놈 만든다고
자기들이 성공하는 건 아니니까요.
4. 영화 보고 나오면서 심형래 감독이 생각났습니다.
심형래 감독은 <디-워>를 진작 개봉했어야 했습니다.
차일피일 시기를 미루다가 이제 때를 놓쳤습니다.
당초 <디-워>는 2003년 3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2004년 여름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작품은 2004년 여름에 완성되지 못하고
다시 2005년 여름 개봉을 기약합니다.
하지만 2005년 여름에도 개봉되지 못했습니다.
심형래 감독은 또다시 2006년 여름을 기약합니다.
이제 2006년 여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디-워>는 볼 수 없고 기사를 찾아보니
아직도 완성은커녕 연내 개봉조차 불투명하답니다.
심형래, "디워 9월 완성, 연내 개봉 미정!"[조이뉴스24 2006-06-20 10:19]
하지만 제 생각에는 심형래는 이미 때를 놓친 것 같습니다.
이미 <괴물>이 개봉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공개된 관련 자료에 의하면 <디-워>의 성격을 추측할 수 있는데..
<괴물> 전에 개봉했을 경우와
<괴물> 후에 개봉했을 경우 평가와 흥행이 틀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괴물> 전에 개봉했다면...
<디-워>는 과거 60~70년대 한국 괴수영화에서 90년대 <용가리>를 거쳐
<괴물>이 나오기까지 그 발전단계로서 중요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며
관객들에게도 이전보다 발전한 기술적 퀄리티의 작품으로써 환영받았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괴물> 이전부터 진행되던 프로젝트이니 그런 평가가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한국관객들은 작품이 좋든 싫든 <괴물>이라는
"괴수영화의 새로운 클래식"(외국 모 평론가의 표현대로)을 접하게 되었고,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눈높이가 올라갔습니다.
이제는 괴수영화라도 CG와 스펙터글한 화면만이 아닌 다른 무엇이 있다는 걸
알아버렸기에 <디-워>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몇 가지는
그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심형래라는 브랜드의 선입관으로 인해 <디-워>는
때를 놓치고 유행에 뒤떨어져서 내놓은 뒷북상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지난 <용가리> 때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쉬리>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의 영화가 작품성과 흥행, 해외에서의 상업적 평가를
일구어내면서 심형래가 충무로에 대항해 구축하려던 대안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졌었다고 보는 터라...
이번 <괴물>의 개봉으로 심형래 감독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게 됩니다.
제발 심형래 감독이 <괴물>을 보고 자신의 영화가 왜 한국에서 안 먹히는지
깨달았으면 합니다.
극성팬들에게 둘러쌓여 맨 날 충무로가 자신을 배척한다고 남 탓만 하지 말고 말입니다.
작품이 되고 흥행가치가 되면 설령 충무로가 외면하려 해도 배급망은 외면 못합니다.
(어차피 지난 <용가리> 때도 실제로는 심형래감독의 언론 플레이에 억울한 충무로만
욕을 먹은 케이스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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