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실화, 권투 이야기................



여기까지라면 뾰봉하고 떠오르는 게, 정통 스토리텔링에 판에 박힌 할리우드 영화이다. 적당한 감동에 해피 엔딩, 킬링 타임 용 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분노의 역류 Back-draft》, 《파 앤드 어웨이 Far and Away》, 《아폴로 13 Apollo 13》, 《랜섬 Ransom》,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의 론 하워드 감독이라면 그저 스킵하기에는 망설여졌는데, 게다가 러셀 크로우, 르네 젤위거 주연인 데야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폴 자아마티도 보고 싶고.......




홍 수환이 4전 5기로 다시 세계 챔피언이 되자 온 동네 사내아이들은 수건을 주먹에 두르고 매일 섀도복싱에 여념이 없었다. 나도 누군가 가져온 글러브를 한 짝만 끼고 체급도 무시한 학급 대항 시합에 출전했었지....... 글러브 낀 주먹보다는 수건 두른 주먹이 더 아팠다. ^^




한 쪽이 코피 터지만 대충 끝나는 경기였지만, 그 당시 어린 마음에도 사각의 링은(물론 실제의 링은 없었지만^^) 물러설 곳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는 두렵고 비정한 공간이었다.




권투 영화로서는 감성적이고 역설적인 제목의 『신데렐라 맨』을 보았다.




영화는 20-30년대 미국의 The Great Depression(대공황)을 무대로 펼쳐진다. 연전연승의 실존인물 짐 브래독(러셀 크로우)은 연이은 부상으로 패배의 쓰라림을 맛보며 교활한 프로모터의 외면으로 결국 복싱을 그만두게 된다. 때맞추어 불어 닥친 대공황으로 극심한 가난에 처하게 되자 부두의 일용 잡역부로 하루하루 힘겨운 생활을 보내고 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가난 때문에 아이들을 친척집에 더부살이 보내게 된 것을 안 짐 브래독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가족이 함께 살아야한다는 일념으로 유명 복서로서의 체면과 자존심도 버린 채, 빈민구호국에서 푼돈을 빌리고 복싱 클럽의 옛 동료들에게 구걸 마저 마다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극한의 생활 속에서도 부인 매 브래독(르네 젤위거)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재기를 꿈꾸게 되며 절호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는데.......




경기 중 상대선수를 사망하게 할 정도로 잔인하고 막강한 챔피언과의 일전을 앞두고, 일약 빈민들의 꿈이 되어 그들 마음속의 영웅인 『신데렐라 맨』으로 불리게 된 짐 브래독은.......



(이렇다할 반전은 없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이하 생략한다.)




권투는 그 드라마틱한 소재로 인해 여러 스포츠 중에서도 특히 많이 영화화되었다. 얼핏 생각나는 영화만 훑어보아도 《록키》, 《성난 황소》, 《밀리언 달러 베이비》등의 미국 영화가 있고 한국 영화도 《챔피언》, 《주먹이 운다》가 있다. 그 중,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때문에, 《주먹이 운다》는 최 민식의 인상적인 연기 때문에 특히 기억에 남는다.




미국의 대공황이 우리의 IMF와 겹쳐지고 『신데렐라 맨』 짐 브래독이 의치를 끼고 일터로 향하는 장면에서 우리 야문 가족들의 고단한 일상이 연결되어 오버랩 되는 것은 나의 나약한 내면의 감상 때문일까........?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줄 일이 없는 남성 회원 분, 밉고 징그럽지만 그래도 믿을 건 남편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 회원 분께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하며,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여 괴로워하는 분(더 약 오르니까^^)이나 가난이라는 엿 같은(출연 영화 중 최 민식이 잘 쓰는 말) 정서에 전염되기를 거부하는 분은 절대 비 추천한다.




내가 감독이었다면 매 브래독을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악처로 묘사했을 텐데.......그렇게 해야 러셀 크로우가 확실히 두 번째 오스카를 품에 안을 수 있고.......론 하워드는 역시 창의력 없는 범생 감독에 불과한 것일까?




러닝 타임 2시간 24분, 러셀 크로우는 무려 22kg을 빼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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